각종 리뷰/영화 리뷰

미스터 노바디(Mr. Nobody) : 수많은 선택을 번복할 수 있다면 달라질까

염재 2022. 1. 22. 01:06

미스터 노바디(Mr. Nobody) 영화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1. 결정적인 선택과 기회비용을 달리하는 여러 갈래의 삶 (스포일러 없음)

  - 시놉시스(by Naver Movie): 2092년 죽음을 눈앞에 둔 118살 '니모'는 한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생의 첫 번째 선택을 떠올린다. 9살의 '니모'가 이혼하게 된 부모님 중 한 명을 선택하게 된 것. 그 선택을 시작으로 '니모'는 각기 다른 아홉 가지 인생을 살게 된다. 어머니를 선택한 15살의 '니모'는 새아버지의 딸 '안나'와 깊은 사랑에 빠지지만 어른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아버지를 선택한 15살의 '니모'는 또 다른 소녀 '앨리스'와 '진'을 만나며 첫사랑의 아픔을 겪는다. 그리고 34살의 니모는 헤어진 '안나'를 찾으러 다니는 수영장 관리인, '앨리스'와 결혼한 다큐멘터리 진행자, '진'과 결혼한 성공한 사업가로 각각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이야기를 마친 118살 '니모'는 무엇이 진짜 인생이었는지, 무엇이 더 행복한 인생이었는지를 묻는다. 세 번의 사랑을 하고 아홉 개의 삶을 살아온 '미스터 노바디' 그가 들려주는 인생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상상이 펼쳐진다!

  -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118세의 노인 니모(배우: 자레드 레토)가 과거의 인생을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삶의 회상과는 많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사람은 하나의 삶을 살아가는데 비해, 니모는 여러 갈래의 삶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이 이쪽을 선택한 삶의 기억과, 저쪽을 선택한 삶의 기억 그리고 그 기억들에서 뻗어나가는 또 다른 선택지의 선택과 기회비용의 모든 갈래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최선의 방향을 선택하여 살 수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니모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요?

 

2. 난해한 영화, 해석해보며 곱씹어봐도 퍼뜩 이해되지는 않는 메시지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선택들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만한 기회비용을 고려한 행동이 될 것입니다. 그럼 만약 반대로 선택하면 인생의 결이 많이 달라지게 될까요? 물리학이 적용되는 현실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삶을 하나의 갈래로 살 수 있습니다. 즉, 선택을 번복하여 또 다른 삶을 살아볼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시간' 이라는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시간 축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 '미스터 노바디'의 주인공 니모는 자신의 삶을 시간 축에 자유롭게 이런저런 선택을 해보며 여러 갈래의 삶을 하나씩 살아온 것처럼 표현됩니다. 그래서 보는 내내 대체 뭐가 진짜 삶이고 뭐가 상상인가...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니모의 삶을 인터뷰하는 기자도 저와 똑같은 의문을 가졌는지 누구도 그런 삶을 살 수는 없다고, 대체 어떤 것이 진짜 당신의 삶이었는지를 묻습니다. 이에 니모는 대답합니다. "Every path is the right path. Everything could've been anything else. And it would have just as much meaning. 모든 길은 옳은 길이다. 모든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즉, 어떤 삶이 진짜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자체가 다 옳은 삶이라는 것입니다.

 

3. 개인적인 평가: 불친절한 영화, 그러나 작품성을 의심하기엔 뛰어난 영화

  사실 이 영화는 한 번만 보고나면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스토리 자체가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진행되므로 시간 개념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저 같은 사람은 심리적으로 약간의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게다가 단순히 타임라인을 흔드는 것에 더해, 각각의 타임라인에 대해 니모의 선택에 따른 여러 갈래의 스토리를 보여주므로 한층 더 복잡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집중이 잘 되지 않고 계속 이런 생각을 안고 보게 됩니다. '이 영화의 정체는 무엇인가. 내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아니, 그래서 니모 당신 상상의 삶 말고 진짜 삶이 뭐였냐고.' 등등... 그러나 이런 사유들도 영화 막바지에 들어가면 얼추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보는 내내 집착하고 있던 '진짜 삶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도 자연히 소멸하게 됩니다. 결국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닌 것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의 평이 뛰어난 영화일수록 대중의 평가는 상반되는 경우가 은근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이 영화도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색과 오브제를 잘 활용한 뛰어난 촬영 기법과 어디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신선한 소재로 시간을 넘나들며 여러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내는 감독의 플롯 정렬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포스팅하면서 영화를 한번 더 볼까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괜히 사유하다가 지쳐버릴 것만 같아 마음을 빠르게 접고 있습니다. 그만큼 여운이 짙어 깊이 사고할 수 있게 해주는 영화임은 틀림없습니다. 해석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미스터 노바디'를 상영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