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레드 스카이(Blood Red Sky) : 흡혈귀와 좀비는 한 끗 차이
1. 고립된 상황, 감염병, 그리고 모성애 (스포일러 없음)
한 아이와 엄마가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엄마는 어떤 질병에 감염된 것인지 머리털이 하나도 없고 약을 항상 투여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가발을 쓰고 아이와 함께 공항에 도착한 것이죠. 그리고 이들은 엄마의 질병을 치료하고자 멀리 있는 치료 센터를 향하는 길입니다. 아이는 이윽고 출발 시간이 다가오고 이들은 비행기에 올라타고 순조롭게 비행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를 점령한 것입니다. 순식간에 기내 분위기는 험악하게 변하고, 비무장 승객들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주인공 엄마(극 중 이름 '나디야'_배우: 페리 바우마이스터)와 아이(극 중 이름 '엘리아스'_배우: 카르 코흐)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똘똘한 아이인 엘리아스는 곧바로 기내 안내 책자를 꺼내서 몸을 숨길만한 장소를 찾아내고 엄마 나디야에게 알려주려고 합니다. 나디야는 위험한 상황이니 움직이지 말고 테러리스트 말을 따르라고 아들 엘리아스에게 이야기하지만 엘리아스는 결국 엄마가 한 눈을 판 사이 자리를 이탈합니다. 나디야는 곧바로 아들을 구하고자 자리를 이탈하여 따라가지만 테러리스트에 의해 몸에 총을 맞고 쓰러집니다.
그런데 사실 그녀는 과거에 한 뱀파이어에게 물려서 현재 흡혈귀로 변질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였습니다. 뱀파이어의 특성상 치명상을 입지 않는 이상 목숨이 다하는 경우는 없지요. 역시나 죽지 않고 다시 눈을 뜬 나디야는 이제 테러리스트가 만든 현재의 상황으로부터 아들 엘리아스를 지키기 위해 행동을 시작합니다.
몇 명의 테러리스트를 처단하는 데 성공한 나디야. 그들의 피를 맛본 그녀는 점차 흡혈귀 본연의 특성이 짙어지며, 인간성과 괴물성을 동시에 띠는 존재로 거듭나게 됩니다.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아들 엘리아스를 지키려면 흡혈귀로서의 자신의 능력이 필요하지만, 이성을 잃는 순간 자신이 위험한 존재가 되어 되려 아들을 해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과연 그녀는 이 상황을 타개하고 아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흡혈 바이러스로부터 그녀 자신 또한 지켜낼 수 있을까요?
2. 흡혈귀 소재이지만 좀비물 같기도 한 특이한 영화
이 영화 '블러드 레드 스카이'는 비행기 안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흡혈귀에 의해 감염되는 밀실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좀비물과는 다르게 흡혈귀라는 소재가 쓰였기 때문에 변이 된 감염자들에게는 이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사실상 영화 전반적으로 의식이 남아있는 흡혈귀는 주인공 나디아와 악당 에이트볼(배우: 알렉산더 셰어)밖에 없어 보이긴 합니다. 나머지는 흔한 좀비와 마찬가지로 식욕(여기선 흡혈)을 위해 맹목적으로 타인을 공격하기만 합니다. 흡혈귀든 좀비든 밀실 상황에서 벌어지는 극한의 공포가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 상황을 비행하는 기체 내부로 설정하였습니다. 사실 좀비물 중에서도 비행 중인 기내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무수하게 많죠. 그만큼 소재가 주는 공포를 잘 살릴 수 있는 것이 '밀실'이라는 것인데요. '블러드 레드 스카이'는 이러한 배경에 테러리스트라는 특별한 장치를 하나 더 마련하였고, 그로 인해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개연성 있게 잘 나타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감염병에 맞서는 한 사람, '어머니'의 고뇌와 절실한 마음을 잘 표현하고자 노력했고, 너무 신파극으로 치닫지 않는 등 거부감 없고 거침없는 스토리 전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는 초반 장면과 끝 장면이 이어지며 최종적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엔딩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결말에 따라 영화의 전체적인 평이 갈리기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블러드 레드 스카이'는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3. 이런 분들은 영화를 피하시고, 이런 분들에겐 추천드립니다.
먼저, 잔인한 것을 못 보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너무 고어스럽거나 유혈이 낭자하는 모습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잔인한 장면이 많기 때문에 이런 것을 못 보시는 분들은 괜히 도전하셨다가 속이 울렁거릴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신선한 소재가 맘에 든다! 하시는 분들은 잔인한 장면이 나올 때 눈을 가릴 수 있게 미리 준비를 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그렇게까지 고생해가며 봐야 할 명작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다음으로, 어떤 장면에도 거부감이 없다! 하시는 분들은 킬링타임용으로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영화이지만 독일어가 그렇게 이질감 있게 들리지도 않고, 영어와 혼용해서 나오기 때문에 소리적으로도 생소한 느낌이 없습니다. 주인공 나디야의 뱀파이어 분장이 약간 티가 나는 부분도 있지만(특히 코와 눈이 이어지는 부분은 좀... 아니 굉장히 분장이다!!! 하는 느낌이었지만...) 이건 제가 좀 유별난 것이므로 몰입도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유혈이 낭자한 액션을 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별로 마음에 안 드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소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성애를 좀 더 강조하기 때문에 '언더월드'나 '나이트 티스'처럼 뱀파이어 자체에 중점을 둔 영화들과는 액션의 질이 다릅니다. 엄마인 나디야는 오로지 아들 엘리아스를 지키기 위해서만 뱀파이어로서의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그래서 통쾌한 액션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상으로, 여러분이 여가 시간을 알차게 보내실 수 있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