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안드로이드의 손에 키워진 인간 딸의 이야기 (스포일러 없음)
- 시놉시스(by Netflix): 지구에서 멸종된 인류. 소녀에겐 자신을 키워준 로봇 '마더'가 전부였고, 마더 역시 '딸'인 소녀가 전부였다. 그들은 안전했다. 낯선 인간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진.
- 쉘터로 추정되는 밀폐된 기계적 공간에서 안드로이드 하나가 인간 배아를 성장시킵니다. 성장 중인 인간 배아는 곧 아기로 태어나고 안드로이드는 아이를 직접 키웁니다. 아이는 자신을 키워준 안드로이드를 '마더'(목소리 배우: 로즈 번)라고 칭하며, 안드로이드는 인간 아이를 '딸'(배우: 클라라 루고르)이라고 칭하며 둘은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아이는 어느덧 자라서 이제 소녀의 티를 벗고 성인으로 거듭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더의 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에는 딸이 나서서 교체하고 나사를 조여주는 등 일반적인 엄마와 딸의 관계처럼 둘 사이는 돈독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쉘터에 생쥐 한 마리가 들어온 것을 발견합니다. 마더에 의하면 쉘터 밖의 지구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독한 상황이었는데, 생쥐가 살아있는 것을 본 소녀는 이제는 지구가 정화되었을 수도 있다고 추론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마더에게 생쥐를 잡아서 보여주는데, 이에 마더는 바깥의 수치는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며 그 생쥐는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며 산 채로 화장시켜버립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쉘터로 한 인간 여자(배우: 힐러리 스왱크)가 접근합니다. 소녀는 마더 몰래 인간 여자를 들이고 그녀를 치유시키며 바깥에 대한 진실을 듣습니다. 하지만 인간 여자가 하는 말은 거짓인지 진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소녀는 마더의 말이 진실인지, 인간 여자의 말이 진실인지 혼동하며 그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합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2.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다
영화 '나의 마더' 속 안드로이드인 '마더' 와 인간 여자 중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영화는 계속 고민하게 만듭니다. 마더에 의하면 지구는 현재 생명체가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고, 쉘터 안에서의 생활만이 안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이라고 생각했던 쉘터 밖에서 버젓이 살아서 생활해온 인간 여자가 있기에 소녀는 처음으로 마더를 의심하게 됩니다. 소녀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쭉 함께해온 마더,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이지만 소녀에게는 소중한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녀의 의심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관객 또한 안드로이드에 대한 기괴함, 공포감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영화적인 기법을 통해서 딱 그 시점 이전까지는 따뜻한 엄마로서의 안드로이드 모습만 보여주다가 이후부터는 기괴한 모습을 부각했기 때문입니다. 쉘터 내 경고등이 울리고 나서 달리기 시작하는 마더의 모습을 보면 굉장히 그로테스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괴한 모습과 따뜻한 엄마로서의 모습을 교차해가며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은 계속 의심하고, 믿고, 또 의심하고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이 바뀌다 보니 점점 내용에 빠져들게 되고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3. 굉장히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진 디스토피아 영화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봤던 '마더/안드로이드'의 개인적인 평가가 좋지 않아서,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나의 마더'는 처음 시작부터 몰입감이 대단했고, 그 집중도가 결말까지 쭉 지속되며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를 보여줍니다. 기묘한 분위기와 긴장감이 묘하게 전반적으로 깔려 있으면서, 어느 순간 순간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잘 표현되어 부담이 없었습니다. CG는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럽고, 배우들의 연기도 분위기에 잘 녹아들었습니다. 이 영화에서의 안드로이드는 인류를 배척하기만 하는 적은 아니었고, 그 나름대로의 규칙을 가지고 행동합니다. 터미네이터나 마더/안드로이드 등 대개의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인공지능(AI)이 자신의 창조주인 인류를 뛰어넘고 지배하기 위해 위협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면, 나의 마더 속 인공지능은 단순한 1차원적 목표를 가지고 행동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조물주로서의 행위를 하고자 하며, 그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인류애를 최우선 요소로 삼아 행동합니다. 지구의 입장, 그리고 미래의 신 인류의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정화 행위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정'이라는 요소를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 방법이 현 인류로서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요즘엔 뉴스를 통해 사람이기를 포기한 존재들의 악독한 범죄 뉴스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런 기사를 보면 인간에 대한 환멸이 올 때가 있습니다. '대체 인간이라는 종은 무엇 때문에 본능을 넘어서는 변태적인 범죄를 이렇게 저지르는가?', '지구의 환경을 위협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구나' 등 집단적인 이기주의를 발휘하는 종이 바로 인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후 과연 마더의 행동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조금 헷갈렸습니다. 여러분도 시간이 가용하신다면 꼭 '나의 마더'를 상영해보시고 향후 우리 인류의 행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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