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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리뷰/영화 리뷰

링 위의 바요네타(Bayoneta) : 욕망을 넘어 진실을 바라보다

by 염재 2022. 1. 29.

넷플릭스 '링 위의 바요네타(Bayoneta)' 영화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1. 잘 나가던 유망주 복서의 갑작스러운 몰락 (스포일러 있음)

  한 때, '바요네타'라는 별명이 붙으며 링 위에서 승승장구하던 미구엘(배우: 루이스 헤라르도 멘데스)은 어떤 경기를 계기로 현역 복서 생활을 마감하게 됩니다. 이후 그는 복싱 체육관에서 다른 선수들을 코칭해주거나 스파링 상대 혹은 미트를 잡아주는 등 잡다한 일을 하며 생활하게 되는데, 운동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술에 절어 있는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에게는 아내와 딸이 있지만, 문제의 경기 이후로 가족의 곁에서 멀어져 남처럼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구엘은 종종 자신이 '바요네타'라고 불리던 시절의 경기 영상을 보며 과거를 회상하지만, 그 장면을 바라보는 현실의 자신은 여전히 한 손에 술병을 들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자신이 코칭을 해주던 레무(배우: 유나스 사르타모)의 손에 이끌려 한 펍에 들어가고 그 안에서 바텐더인 사리타(배우: 라우라 비른)를 알게 됩니다. 서로에게 호감이 있던 둘은 이후 잠자리까지 함께 하게 됩니다. 그녀는 슬하에 아들이 하나 있으며 남편과는 사별하였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복싱 선수였으나 계속되는 경기로 인해 몸이 많이 상하게 되었고, 이에 걱정이 된 사리타는 더 이상 복싱을 하면 아들을 못 보게 하겠다고 경고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을 들은 사리타의 남편은 결국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이러한 일말의 사연이 미구엘 자신의 삶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기에 그는 기분이 착잡해집니다. 한 편, 미구엘은 자신의 딸 요바나와 아내에게 돌아가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마지막으로 정신을 차려서 경기를 치르고 돈을 벌고자 훈련을 시작합니다. 자신을 복싱계에서 나오게 했던 그 시합 때 함께였던 코치가 이번에도 동석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미구엘은 이상한 낌새가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경기가 자신이 이기게끔 유도되고 있다는 것과 상대 선수가 그 조작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에 그는 경기를 포기합니다. 사실 미구엘은 바요네타 시절 불명예스러운 글러브 조작으로 상대 선수의 목숨을 앗아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고 가족과 떨어져서 은둔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비록 처음의 순수성을 잃어버린 자신이지만 더 이상의 악순환을 방조하지 않고, 스스로의 방황을 끝내고자, 돈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부조리가 개입된 경기를 재개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2. 순록과 미구엘의 관계, 순록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링 위의 바요네타'에서는 미구엘만 볼 수 있는 것 같은 '순록'이 등장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던 미구엘은 버스 정류장 쪽에서 버젓이 서있는 커다란 뿔의 순록을 발견합니다. 순록은 멀쩡히 살아있고, 꽤 큰 몸집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신경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다가 영화의 말미에 순록은 눈밭을 거닐며 이동하다가 갑자기 피를 흘리며 쓰러집니다. 그리고 그대로 하얀 눈밭에 누워 죽음을 맞이합니다. 영화 '링 위의 바요네타'의 내용 전개와 순록이 등장하는 시점, 그리고 그 시점별로 드러나는 미구엘의 심리 상태를 비추어 해석을 해보면 다음과 같은 상징성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습니다. 먼저, 순록은 미구엘의 복싱에 대한 '순수성' 혹은 '초심'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미구엘은 자신이 부정행위를 해서 죽음까지 몰고 간 상대 선수를 계속 기억하고 있으며, 죄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 나갔던 선수가 돌연 은퇴해버렸으며, 지금도 남들이 그 사건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아예 대화를 단절해버리는 모습을 봤을 때, 그는 확실히 자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만 보이는 순록은 미구엘이 찾으러 다가가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결국 자신이 되찾고 싶고 추구하고 싶었던 초심과 복싱에 대한 순수성이 순록이며, 현재의 미구엘은 절대 그것을 되찾을 수 없는 상태로 보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에 결국 순록에게 다가가지만 미구엘의 앞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죽는 순록을 보면, 그가 잃어버렸던 것을 영영 되찾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더 이상의 악순환을 스스로의 힘으로 끊어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임을 뜻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실을 이제는 미구엘이 스스로 깨달았기에 더 이상의 방황은 없을 것이라는 것도 유추할 수 있겠습니다.

 

3. 복싱 소재라서 봤는데, 다소 지루한 독립영화 느낌

  요새 복싱에 관심이 많아져서 관련된 영화를 자꾸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넷플릭스의 바다를 헤엄치던 중, '링 위의 바요네타'라는 영화 제목을 보고 '이건 제목만 봐도 완벽한 복싱 영화다!' 싶어서 상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헝그리 복서의 성장기 혹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은퇴를 앞둔 복서 등 어떤 막연한 고난과 불안감을 일순간 해소하는 내용의 영화를 기대하고 봤던 것인데, 굉장한 고구마를 먹은 느낌입니다. 스토리텔링 기법이 굉장히 나쁘다거나 무논리적인 내용 전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지루하게 다가옵니다. 애초에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액션'은 아닐테니 액션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그래도 복싱을 소재로 다룬 것인데 통쾌한 경기 장면을 한 번쯤은 넣어줘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장면이 삽입된다면 오히려 스토리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복서의 고뇌를 영화 내 여러 분위기를 통해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복잡한 감정과 상징들을 순록에 빗대어 나타낸 것 또한 꽤 괜찮은 표현 방법이며,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겨두어 사유의 폭을 넓히게 해주는 것 같아 좋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액션을 기대하고 보신다면 실망하실 수 있으니, 위 전반적인 줄거리 내용을 참조하시어 원활한 영화 상영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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