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린되는 진실 속에서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스포일러 없음)
천문학과 박사 수료생 케이트(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연구를 진행하던 중 굉장한 발견을 합니다. 바로 새로운 혜성을 관측해낸 것인데요. 천문학계에서 새로운 요소를 관측한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업적 중에 하나입니다. 혜성을 발견하고 들뜬 케이트는 이 사실을 담당 교수 민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알리고 연구실에서는 이 대단한 발견에 다 같이 축하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민디는 이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있다는 사실을 계산해내고 맙니다. 계산을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보아도 혜성과 지구와의 거리가 "0" 에 수렴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이는 곧 지구의 멸망을 의미합니다. 심지어 충돌까지는 불과 6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당장 온 지구인들이 힘을 쏟아서 충돌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멸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케이트와 민디는 관계 기관, 관계자들에게 이 사실을 공유하고 결국 워싱턴에 있는 백악관으로 초청되어 대통령 올리언(배우: 메릴 스트립)을 대면하게 됩니다. 그러나 올리언은 이들이 발견해낸 사실에 관심은 커녕 별다른 주의도 기울이지 않습니다. 마침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재집권을 노리고 있던 올리언은 이들이 가지고 온 진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재기되어오는 터무니없는 지구 멸망론 중 하나로 치부해버리기까지 합니다. 백악관이 어떠한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 확신한 이들은(케이트, 민디 등) 이 사실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언론 투어에 나서게 됩니다. 고군분투 끝에 인기 프로그램 '더 데일리 립'에 출연하여 인터뷰를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합니다. 이제 더는 시간이 없습니다. 뉴스, SNS 등 많은 정보가 쏟아져나오는 현대 사회에서 정작 중요한 뉴스는 다양한 각도로 왜곡되고 가공되어 대중은 그 안의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온 지구인들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깨달을 수 있을까요? 혜성으로 인한 피해는 온 지구인들에게 닥칠 재앙입니다. 대체 이 재앙을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을까요?
2. 인류를 향한 일종의 경고
제가 이 영화 '돈 룩 업'을 감상하게 된 이유는 첫째로 넷플릭스 메인 화면에 이 영화가 떡하니 눈에 띄어서였고, 둘째로 출연진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조나 힐, 티모시 샬라메, 아리아나 그란데,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 등등 할리우드 배우를 잘 모르는 저조차도 익히 알고 있는 배우들이 대량 출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 한 작품에 모여서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너무 궁금하면서 기대가 되었고, 그래서 그런지 영화의 소재라던지 줄거리 등 어떠한 요소도 고려하지 않고 아무 고민 없이 상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장면 도입부부터 돌이켜보면 일반적인 재난 영화와 비슷한 수순으로 진행되겠거니 예상했었는데, 백악관에서 대통령과의 면담 장면부터 갑자기 턱 하니 고구마를 100개 정도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곧이어 현실에서도 있을법한 사항이라는 생각에 뒷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영화 '돈 룩 업'을 보는 내내 이런 기분은 계속 유지가 되었고, 마음 한켠이 굉장히 서글퍼졌습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실수를 하고, 실수를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그러나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우리는 과연 그런 종류의 시련을 잘 대처하고 넘길 수 있을까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작 중요한 사항에 대해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매도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버린다면, 우리는 과연 진실을 깨닫고 대처하는 사람을 응원하고 도우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항상 차가운 심장과 이성적인 머리를 유지하여,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팩트를 통해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3. 시각적으로 웅장하지는 않지만 안에 담긴 내용은 그 무엇보다 무겁다
재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돈 룩 업'에는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장비나 상황들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단지 재난에 대비하는 인간의 여러 군상을 심리적으로 조용히 표현할 뿐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재난 영화보다 더 소란스럽습니다.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현실에 대해, 영화적 기법으로서 다소 너프된 부분이 있다고 한들 이보다 더 인간 군상을 잘 표현하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 번 상영해보시고, 마음 한켠에 불안함과 불편함이 떠오른다면 기억해두었다가 삶 속에서 한 번씩은 떠올려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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