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죽음?... I'll keep my guard up. (스포일러 있음)
영국인 복서 윌리엄 빌리 무어(배우: 조 콜)는 무에타이 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경기장 뒤편에서 온 몸을 휘감는 긴장감을 떨쳐내려 직접 담배를 말아서 태웁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여러 사람들의 환성을 받으며 경기장에 입장하지만 경기 내용이 썩 좋지 않게 흘러갑니다. 윌리엄은 본인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비매너 행동도 저지르지만 결국은 상대편 선수에 의해 다운되고 맙니다. 무에타이의 본고장 태국에서 영국인 윌리엄은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는 격투가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격투가로 활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약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등 불법적인 일을 해오며 삶을 근근이 이어가는데요. 영화 초반 태국 경찰들에 의해 체포되어 태국인들만 존재하는 감옥에 하얀 피부의 외국인으로서는 혈혈단신으로 수감됩니다. 다른 수감자들과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지극히 약육강식의 지배구조가 강요되는 열악한 교도소 안에서 그는 더더욱 약에 의존하게 됩니다. 심지어 약을 얻기 위해서 다른 수감자를 죽기 직전까지 구타하기까지 합니다. 구타사건 이후 자신에게 끔찍한 혐오를 일으키며 자살시도까지 하게 되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질 수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희망, 나락같이 펼쳐진 절망 속에서 그는 온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격투', 본인의 신체를 단련하여 강인한 전사가 되는 길만이 그를 구원해줄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도소 내 복서팀에 들어간 그는 그 안에서 복싱을 포함한 무에타이를 훈련하게 되고, 과정 중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끝내 인간적으로 건강한 격투가로 변모할 수 있게 됩니다. 영화 초반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적인 화를 발산했던 그는 이제 없습니다. 상대편의 비매너적인 태도에도 말려들지 않고 굳건히 본인의 페이스대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차갑게 좇으며 경기를 승리로 이끕니다. 그러나 잦은 약 복용과 지속적인 타격에 의한 외상으로 윌리엄의 내장은 심각하게 망가져있었고 그는 승리를 기뻐할 겨를도 없이 피를 토하며 쓰러집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정상적으로 치료를 마친 뒤 다시 교도소로 복역하여 수감생활을 이어갑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복역 중인 윌리엄의 친아버지가 면회를 오며 두 부자는 상봉을 하고 눈빛으로, 표정으로 서로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며 영화는 엔딩을 맞습니다.
2. 생소한 배우, 감독이 만든 거대한 시너지
이 영화 '여명의 기도'는 '장 스테파네 소바르' 감독이 연출하였습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면 과거에 뚜렷한 흥행작을 연출하진 않았지만, 영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영화들을 연출했더군요. 그리고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인 '조 콜' 역시 뚜렷한 흥행작에 출연하지는 않았으나 꽤 많은 영화에 주, 조연으로 등장한 배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의 분위기나 배우의 개성에 대해 미리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오히려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편견 없이 접근할 수 있었고, 또 배우들의 연기력과 영화의 연출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명의 기도'는 격투기에 대한 액션 영화적인 접근보다는 극 사실적인 표현에 훨씬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감옥에서 격투를 접하고 수련을 통해 개과천선하여 종전에는 유명한 선수로 자리매김한다.' 이런 단순한 스토리 속에서 호쾌한 액션을 보기 위해 접근하셨던 분들이라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애초에 실화 기반으로 실존하였던 인물의 생애를 어떠한 과장도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옥에서의 불쾌한 생활, 격투가로서 훈련하는 모습 등 모든 화면에 마치 장인이 장인정신을 발휘하듯 일말의 과장, 축소 없이 사실적인 기법으로 담담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사실적으로 따라붙는 촬영 기법도 현장감을 더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완벽한 리얼리티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그저 삶을 살아간다는 것
개인적으로 투기종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신체를 단련하고 꾸준히 수양한다는 것은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간에는 간혹 격투의 원초적인 면만을 강조하며 잔인성, 폭력성 등을 빌어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사상가 존 로크의 말처럼 인간은 스스로의 신체를 단련할 때 정서적으로도 건강한 사고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격투에 대한 찬반은 뒤로 하고, 이번 영화는 흔한 격투 소재 영화와 다르게 액션 씬에 극 사실주의를 적용한 것이 굉장한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합니다. 호쾌한 액션은 없었지만 시청자로 하여금 마치 현장에서 세컨의 위치, 혹은 링 안 주심의 위치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아마 장 스테파네 소바르 감독이 이전에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이력이 있어서 그 노하우가 발휘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고 앞으로 나아갈 삶을 위한 동력이 필요하시다면 이 영화 '여명의 기도'를 한 번 보시고 진한 여운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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