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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리뷰/영화 리뷰

레옹(Leon) : 하나로 귀결되는 순수함

by 염재 2022. 1. 7.

레옹(Leon The Professional) 영화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1. 완벽한 킬러, 그리고 그를 사랑한 순수한 소녀 (스포일러 있음)

  레옹(배우: 장 르노)은 살인 청부업자로서 여느 때와 같이 일과 후 일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웃집 소녀인 마틸다(배우: 나탈리 포트만)을 마주치고 이때부터 안면을 트게 됩니다. 당시 마틸다는 어린 소녀이지만 손에는 담배를 들고 있고, 얼굴에는 상처가 나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일상을 보내던 레옹은 또다시 마틸다를 마주치는데, 마틸다에게 코피를 흘린 흔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손수건을 건네줍니다. 마틸다는 레옹의 호의에 반색하며 평소 레옹이 흰 우유를 사 오는 것을 기억해뒀는지 우유를 사다 주겠다며 식료품점으로 향합니다. 이후 마약 단속국의 부패 경찰 스탠스 필드(배우: 게리 올드만) 무리가 건물에 쳐 들어오고, 마틸다의 아버지가 마약을 빼돌린 것을 알고 총기로 일가족을 살해합니다. 레옹은 본인의 집 안에서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는 않고, 단지 경계만 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마틸다가 식료품점에서 돌아와 건물로 들어옵니다. 마틸다는 집에 심각한 일이 생긴 것을 알아차리고 마치 본인은 전혀 관계없는 다른 집 사람인 양 레옹의 방문을 두드립니다. 이때 마틸다는 방문 앞에서 소리 없이 울며 문을 열어달라고 애원합니다. 레옹은 결국 그녀를 받아들이고 마틸다는 위기를 넘깁니다. 이후 마틸다는 가족이 모두 죽은 것을 알고, 그중 유일하게 애착을 가지고 아꼈던 동생이 포함된 것을 깨닫고 복수를 결심합니다. 그리고 레옹에게 자신이 글을 알려줄 테니 킬러로 훈련시켜달라는 제안을 하고, 레옹은 처음엔 거부하지만 결국은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그들은 미숙했던 인간관계, 감정 표현 등을 서로를 통해 보완해가며 유대감을 키워갑니다. 레옹에게 킬러 훈련을 받아 성장한 마틸다는 스탠스 필드에게 복수하기 위해 직접 행동하는데 결국은 실패하고 붙잡히게 됩니다. 이에 레옹이 나서서 스탠스 필드의 부하들을 섬멸하고 마틸다를 구출하게 되고, 이로 인해 스탠스 필드는 레옹을 처치하고자 계획을 세웁니다. 결국 스탠스 필드는 경찰력을 총동원해 레옹과 마틸다가 사는 아파트를 포위해 들어오고, 이제는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한 레옹은 마틸다만이라도 안전하게 탈출을 시키고 본인은 고군분투하며 탈출을 시도합니다. 과정 중 많은 부상을 입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거의 탈출의 실마리가 보이는 찰나, 이를 지각한 스탠스 필드가 레옹에게 총상을 입힙니다. 그러나 레옹은 스탠스 필드를 살려두면 결국은 마틸다도 위험해질 것이라고 판단하였는지, 본인의 코트 속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수많은 수류탄들을 이용하여 스탠스 필드와 함께 자폭합니다. 모든 사건이 종료되고 마틸다는 레옹의 동업자를 통해 레옹이 전 재산을 물려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본래의 나이대로 학교로 돌아가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2. 특징 및 감명깊었던 장면들

  이 영화 '레옹'은 뤽 베송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이는 액션 영화로, 액션의 화려함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묘사하고, 각각의 소품을 적절히 활용하는 등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가 굉장히 서정적이면서 사실적인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상과 사건, 그리고 다시 일상을 보여주는 식의 반복되는 스토리 전개 중에서도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스탠스를 잘 조절하여 연출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단숨에 몰입하여 엔딩까지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각각의 씬에는 분위기에 걸맞은 OST까지 잘 매칭이 되어 있기에, 이 영화가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엔딩 씬에 흐르던 스팅(Sting)의 Shape of My Heart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 정도로 여운이 짙게 남았습니다. 이미 명대사와 명장면들이 무수히 많이 공유되고 있어서 심지어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도 알 정도이지만,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을 두 개 정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레옹과 마틸다의 대화 장면인데요. "마틸다: 사는 게 항상 이렇게 힘든가요? 아니면 어릴 때만 그래요?", "레옹: 언제나 힘들지." 영화 초기에 나오는 대사인데, 이때의 음울한 분위기는 꼭 영화를 보고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틸다: 난 다 컸어요. 나이만 먹으면 돼요.", "레옹: 나랑은 반대로구나. 난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어. 문제는 아직 어려서 그렇지." 영화 중반 레옹과 마틸다의 유대감이 깊어질 때 나왔던 장면인데, 이 대사를 통해 "아이" 와 "어른" 의 인식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마틸다는 또래에 비해 성숙한 캐릭터이지만 아직은 어린 소녀인 것이고, 레옹은 완벽한 킬러이지만 내면에 있는 순수함을 통해 어찌 보면 마틸다보다도 더 아이 같은 면모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참 세련된 표현기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3. 클래식한 누아르의 표본이 아닐까

  소녀와 중년 남성의 유대감. 성에 대한 인지가 더더욱 중요해진 우리 사회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 '레옹'은 그러한 부분까지도 포용할 수 있도록 모든 감정선이 과하지 않습니다. 각각의 캐릭터에 걸맞게 감정선을 펼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겠지요. 사실 비교적 최근의 한국 영화 중에서도 레옹의 분위기를 모티브로 따온듯한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배우 원빈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아저씨라는 영화입니다. 극 전개 방식은 꽤 다르지만 인물 관계도나 모호한 감정선 등이 흡사해 보입니다. 이처럼 영화 레옹은 이후 등장하는 누아르물에서, 액션뿐만 아니라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 조성,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의 이야기 전달 등 다각도로 표현할 수 있음을 직접 제시해준 일종의 기준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직 '레옹'을 보지 않으셨다면 꼭 시간을 내서 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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