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억은 머리에 남지만 사랑은 가슴에 남는다 (스포일러 있음)
어느 날 우울감을 느낀 조엘(배우: 짐 캐리)은 밸런타인 데이에 회사를 무단 결근하고 즉흥적으로 몬토크로 가는 기차를 탑니다. 때는 2월로 굉장히 추운 시기였는데, 이 기차 안에서 조엘은 파란색 머리의 클레멘타인(배우: 케이트 윈슬렛)을 만나게 됩니다. 조엘은 비교적 내성적인 사람이고, 클레멘타인은 반대로 적극적인 성향이어서 둘은 단숨에 서로에게 이끌림을 느낍니다. 그런데 사실 이 둘은 이전에 서로 사랑하던 애인 사이였습니다. 이미 예전에 몬토크 해변에서 만났고, 오랜 기간 교제를 했지만 사소한 사유로 다툼이 잦아지며 헤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클레멘타인은 이별의 아픔을 감당하기 힘들었고,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인 Lacuna를 통해 조엘에 대한 기억을 삭제합니다. 이후 조엘은 그녀에게 사과할 겸 그녀가 일하는 서점에 찾아가지만 기억이 지워진 클레멘타인은 조엘을 알아보지 못하고, 심지어 다른 남자인 패트릭(배우: 일라이저 우드)과 꽁냥꽁냥 연애를 하기까지 합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된 조엘은 홧김에 자신도 Lacuna라는 회사를 찾아가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합니다. 기억을 지우는 작업이 시작되고, 조엘의 머리 속에서는 서서히 클레멘타인의 기억이 지워지기 시작합니다. 조엘은 의식 속에서 자꾸만 클레멘타인과의 아름다웠던 기억이 사라지는 것에 당황하고, 끝내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절규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작업하던 Lacuna 사람들에게는 들릴리 만무하기 때문에 기억 삭제 작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이후 조엘은 모든 기억이 지워진 상태로 밸런타인 데이 아침에 깨어나고, 곧바로 영화의 첫 장면과 이어집니다. 이후 둘은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이에 클레멘타인은 또 다시 이전과 같은 이유로 헤어지게 될 것임을 알기에 시작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조엘은 그래도 괜찮다고 대답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2. 명장면 및 명대사: It's Okay
조엘이 의식 속에서 기억 삭제 작업에 맞서며 클레멘타인과의 추억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볼 때면, 마음 한 켠이 아려옵니다. 홧김에 시작했지만 그게 진심은 아니었던 것을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삭제되는 기억을 좇아 여기로 저기로 숨어보지만 Lacuna 직원은 어떻게든 그를 찾아내지요. 조엘이 꼭 지키고 싶었던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 그가 외칩니다. "Please let me keep this memory. Just this one. 제발 이 기억은 남겨주세요. 이것만큼은..." 그리고나서 조엘의 의식 속에서 그를 도왔던 클레멘타인과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장면에서 조명이 하나 둘 꺼지며 결국 그는 모든 기억이 사라지게 됩니다. 영화의 말미, 클레멘타인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 조엘에게 다시 시작할 수 없음을 알리는 장면에서 조엘은 이렇게 대답하지요. "It's Okay. 괜찮아요." 그는 다시 사랑을 선택한 것입니다.
3. 이성과 감성 그리고 사랑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처음 접했을 때, 첫 장면이 엔딩과 이어지는 것을 깨닫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저는 첫 장면 이후 모든 스토리가 선형적으로 진행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상영하는 내내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에 판타지 요소를 섞었구나 정도로만 이해하다가 어느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클레멘타인의 머리카락 색깔을 통해서 명쾌하게 시간 순서를 잡을 수 있었는데 이해가 조금 늦었던 것이죠. 엔딩 이후에 영화를 다시 돌이켜보니 각각의 씬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부분이 있었고, 이는 이별을 경험한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은 가슴이 하는거야' 라는 말을 합니다. 알 수는 없지만 사랑이라는 것에는 뇌의 화학작용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위대한 힘이 포함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겁니다. 사랑은 인간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고, 성스러운 감정이며, 이로 인한 기적의 사례가 굉장히 많이 존재합니다. 과학자들이 인간의 뇌구조를 전부 파악해서 해부도를 완벽히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해도 여전히 사랑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상처를 받을 수 있음에도 누군가를 또다시 열렬히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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