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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리뷰/영화 리뷰

월플라워(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 함께함으로써 보완되는 관계의 미학

by 염재 2022. 1. 7.

월플라워(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영화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1. 월플라워는 혼자 피지만 누군가는 바라보고 있다 (스포일러 있음)

  주인공 찰리(배우: 로건 레먼)는 고등학교 1학년생으로 조용한 성격의 모범생 타입입니다. 영화는 찰리가 일상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어떤' 친구에게 편지로 기술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어느 날은 찰리가 다니는 학교에서 홈커밍데이(일종의 동창회로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만남의 장을 펼치는 행사이다.)가 개최됩니다. 이때 찰리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벽자리에서 파티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있는데, 그러다가 어느 한 커플에게 주의를 뺏깁니다. 이들은 바로 후에 찰리와 절친이 되는 패트릭(배우: 에즈라 밀러)과 샘(배우: 엠마 왓슨) 남매입니다. 둘은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거침없이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었고, 이 모습에 찰리는 매료됩니다. 후에 학교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이 셋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찰리는 얼떨결에 남매를 따라서 함께 응원하고 즐거워하며 의기투합하게 됩니다. 이렇게 그들 셋은 술도 마시고, 우르르 몰려다니고, 때로는 일탈을 하는 등 아주 절친한 관계로 발전해가고 나아가 서로의 말 못할 비밀들까지 공유하는 진정한 사이가 됩니다. 특히 찰리는 샘을 사랑하게 되는데, 샘은 당시 다른 사람과 사귀고 있었으나 그 연애는 샘에게 그다지 좋지 않은 관계였습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찰리는 샘이 마음고생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그녀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더 높게 판단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게 됩니다. 찰리의 도움 덕택에 샘은 뜻하던 바인 명문대 진학에 성공하게 되고, 이후 샘도 찰리를 향한 마음을 확인하지만 둘 사이 이별의 순간은 불가피하게 됩니다. (찰리는 졸업까지 1천일도 넘게 남은 상태이고, 샘과 패트릭은 당시 고등학교 3학년으로 졸업반이었기 때문입니다.) 샘이 찰리의 곁을 떠나고, 찰리는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에 자꾸만 환영을 바라보지만 가족과 의료 기술의 보살핌을 받으며 차차 나아집니다. 나중에는 샘과 패트릭도 학기를 마치고 돌아와서 찰리와 함께 지내고 보살펴주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 '월플라워'는 막을 내립니다.

 

2. 명장면 및 명대사를 알아봅시다

  찰리와 샘, 패트릭이 친해지고나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홈파티를 할 때 샘이 말합니다. "Welcome to the island of misfit toys. 불량품들의 섬에 온 걸 환영해." 불량품이란 자신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과거에 상처가 있거나 인생에 있어 뭔가 결함을 가진 이들이 모여서 친한 그룹이 되었기 때문에 붙인 별명입니다. 파티에서 월플라워였던 찰리도 일종의 불량품이었던 것이지요. 여기서 월플라워란 '파티에서 벽에 붙어 춤추는 사람, 즉, 파트너 없이 혼자 존재하는 사람" 을 뜻하는 명사인데, 홈커밍데이 파티에서 찰리가 월플라워였던 것이죠. 그리고 그런 찰리를 향해 패트릭은 "너는 월플라워야." 라고 말하며 우리 모두는 '친구' 라며 건배를 제의하는데, 이때 찰리가 패트릭에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를 봐주는 사람이 있을지 몰랐어." 결함을 가진 청춘이 서로를 바라보고 보듬으며 서로의 비워진 결함을 채워주는 장면은 보는이로 하여금 가슴이 웅장하도록 따뜻하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명대사를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샘이 좋지 못한 연애관계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 찰리는 평소 존경하던 선생님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Why do nice people choose the wrong people to date? 왜 항상좋은 사람들은 잘못된 사람들을 좋아하는 걸까요?" 이에 선생님이 대답합니다. "We accept the love we think we deserve.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한 만큼만 사랑받기 마련이란다."

 

3. 편견없는 시선을 통한 진정한 가치의 발굴

  영화 '월플라워'를 상영하고나서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는 영화 속 패트릭과 샘처럼 찰리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었을까? 혹은 내 인생에서 찰리와 같은 순간에 나를 바라보던 패트릭과 샘들이 있었을까? 아마 전자는 전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집단에서든 내가 직접 접하지 못했던 사람에 대해 어떤 편견이 씌워지면 그것을 직접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집단의식의 흐름에 맞추어 행동해왔던 것입니다. 아마도 과거에는 자존감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남들의 기호에 맞추어 나를 비춰주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와 같은 매체를 통해서 이러한 사실을 간접적으로라도 깨닫고 자기 반성과 명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그것은 대단한 행운일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러한 행운을 맞은 것이고, 그래서 지금은 비교적 패트릭과 샘, 그리고 추후의 찰리처럼 타인을 나만의 잣대에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월플라워'는 마치 청춘의 이야기, 틴에이지 무비를 표방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우리네 인생을 통틀어서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진정한 휴머니즘 무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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