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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리뷰/영화 리뷰

스파링(Sparring) : 굳건히 지켜내는 삶

by 염재 2022. 1. 10.

스파링(Sparring) 영화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1. 영화 소개와 출연진 정보

  - 시놉시스(by Netflix): 누구도 기억 못 하는 별 볼 일 없는 중년 복싱 선수. 하루하루 존재 이유가 가족의 끼니를 책임지는 것뿐이던 그에게 일평생 몸담았던 복싱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왔다. 다름 아닌 복싱 챔핑언의 스파링 상대가 된 것!

  - 감독: 사뮈엘 주이

  - 출연: 마티외 카소비츠(주연), 올리비아 메릴라흐티, 술레이만 음바예(전직 복싱 챔피언이자 영화배우), 빌리 블레인, 말리크 빈, 자카리야 구람, 욜렌터 더케이르스마커르, 리에스 살렘, 알리 라비디, 데이비드 사라치노

 

2. 패자가 있어야 승자가 있다 (스포일러 있음)

  한 남자가 눈두덩이는 붓고, 코는 한쪽이 불편한 듯 계속 신경쓰며 건물을 나섭니다. 방금 전에 복싱 경기를 마치고 온 스티브(배우: 마티외 카소비츠)입니다. 건물 밖에서 담배를 태우고 다시 복싱 센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입구 문지기가 일반인은 들어올 수 없다며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스티브는 모든 짐을 탈의실에 두고 나온 상태여서 신분증이 없었습니다. 그는 방금 여기서 시합을 뛴 복서라고 자기를 소개하지만 문지기는 신분증이 없으면 어림도 없다는 식으로 계속 막아섭니다. 마침 근방에 복싱 관계자가 있기에 스티브가 그를 불러서 해명을 하지만 문지기는 막무가내로 어쨌든 신분증이 없으면 못 들어간다고 거듭 막아섭니다. 관계자는 문지기에게 이 사람 복서 맞다고, 얼굴을 보면 모르냐고 화내면서 들여보내라고 하고, 그렇게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스티브는 오프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지도가 낮은 선수이고, 전적이 그다지 좋지 못하며 심지어 현역으로 뛰기에는 나이도 많습니다. 49전 13승 3무 33패의 전적을 가진 그는 무려 45세이며, 아이가 두 명이나 있습니다. 현역으로 뛰기에는 나이가 많아서 체력적으로 많이 불리하겠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운동을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가족의 의료보험을 가입해야하고,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사야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돈을 쓸 일이 많은 것입니다. 복서는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고, 시합이 있을 때 건별로 수당을 받는 직업이기에 스티브는 계속 시합이 잡히기를 수소문하지만 매칭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티브의 체육관에 누군가가 방문하여 복서를 물색합니다. 바로 현 복싱 챔피언인 타렉(배우: 술레이만 음바예)의 다음 시합을 위해 스파링 파트너를 찾으러 온 코치였습니다. 스티브는 이를 알아차리고 코치에게 먼저 다가가 파트너 자리를 따냅니다. 그러나 타렉의 실력을 받아내기엔 스티브의 체력과 실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결국 첫날 스파링 상대가 되었다가 바로 해고당하지만 스티브는 용기를 내서 결국 다시 스파링 파트너 자리를 얻어냅니다. 해고된 다음날 아침부터 타렉을 직접 찾아가서 그를 설득한 것입니다. 타렉은 처음에는 스티브가 매우 못마땅 했었지만,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들으면서 묘하게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코치와 함께 앞으로의 시합 상대의 전략을 분석하다가도 코치의 분석보다는 스티브의 분석에 마음이 동하는 눈치를 보입니다. 영화의 말미, 타렉의 호의에 의해 스티브는 마지막 50전째의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이 경기에서 스티브는 예전에 자신을 가르쳤던 코치님께 다시 한 번 코치를 맡기고, 본인이 되고 싶었던, 본인만의 경기를 이끌어내게 됩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방어하고 다소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던 모습이 아닌, 적절한 스텝과 콤비네이션을 보유한 아웃사이드 복싱 스타일을 구사하며 훌륭한 경기를 이끌어냅니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던 스티브의 아내 마리온(배우: 올리비아 베리엇)은 열광하며 진심으로 남편을 응원하고, 타렉은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 승을 거둔 스티브는 집에 돌아와 딸 오로레(배우: 빌리 블레인)에게 자신의 승승을 알리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3. 빛과 어둠, 그 필연적인 공존

  이 영화 '스파링'은 복싱 경기에서의 패자 쪽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우리가 흔히들 열광하는 우승자, 챔피언 등은 많은 이들에게서 승점을 따낸 복서일 것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그들이 존재하기 위해서 그만큼 패배의 쓴 맛을 경험한 복서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이들이 없다면 승자도 없는 것이고, 당연히 챔피언이라는 자리도 없는 것입니다. 많은 복서들이 경기에서 이기고자 매일같이 피나는 노력으로 운동을 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빛을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패배를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노력이 헛된 것일까요? 아닙니다. 영화 속 주인공 스티브처럼 본인 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운동하는 이들은 패배에도 일어서고, 또 일어섭니다. 내가 쓰러지면 가족이 힘들 것을 알기에 그들은 극복하고 일어서야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열광하는 유명한 챔피언이 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위대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주인공인 것이고, 그 삶은 고귀하고 값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삶의 정신을 이 영화는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 '스파링'은 노년의 복서가 가족을 위해 무리한 경기에 참전해서 어떻게든 싸우게 되고 결국에는 '우승'하는... 이런 진부한 전개의 스토리가 아니라, '삶'을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는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복싱에 관심이 많아서 멋진 경기를 보고자 이 영화를 선택했던 것인데, 되려 멋진 삶을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러닝타임이 그리 길지는 않으니, 자극적이지 않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필요하다면 이번 기회에 '스파링'을 상영해보시는건 어떨지 조심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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